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외교노선인 ‘오바마 독트린’이 기로에 섰다. 이번주 뉴욕과 피츠버그에서 숨가쁘게 열리고 있는 각종 국제회의 결과에 따라 향후 ‘오바마 독트린’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열린 각종 다자·양자 회동에서 기후변화, 비핵및 군축, 국제 경제질서 재편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각종 이니셔티브(초기 구상)나 결의안 등을 주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현재 유엔이 ‘중대 기로(pivotal moment)’에 서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수개월간 해외방문이나 주요 연설들을 통해 자신의 외교철학과 스타일을 선보여왔으며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을 더욱 명료하게 전달했다.

특히 핵확산·금융위기를 비롯해 여러 국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혼자서는 불가능하며,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신 국제참여주의’ 선언은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강경제재 조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의 3자 회동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적 성과들이 실질적 성과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각 회의에서 나온 논의들이 상징적 의미는 담았을지 몰라도 후속 실행과정에서 과연 얼마큼이나 실제적 효과를 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24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엇비슷한 결의안이 조지 W 부시 전 정부시절에도 여러 차례 채택됐다가 결국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폄하하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회동한 3자 회동도 결과적으로 ‘포토라인 앞에 3국 정상이 섰다’는 상징성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문제 역시 유럽 국가들로부터 뚜렷한 언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올터만 선임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순진하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각국 정부들이 세계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