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집값 상승에 이어 땅값도 연일 뛰어오르는 등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 주변으로 쏠리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토지 가격 상승의 원인을 저금리,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늘어난 유동성 자금이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고성수(부동산학) 건국대 교수는 25일 “토지 가격을 포함,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재정확대 및 저금리 정책에서 기인한다”며 “투자 목적 자금의 상당 부분이 주택 및 토지 시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확대된 주택 시장과 달리 토지 시장은 서울 지역 재개발·뉴타운 사업,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개발 호재가 많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토지가 주택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개발사업으로 풀린 보상금이 다시 토지 시장으로 흘러들어 땅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도심개발, 그린벨트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도심과 인근 지역 땅값이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4대강 사업 보상금, 보금자리지구 보상금 등이 풀리면 땅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책의 강도 면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였지만 투기적 요인 제거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박원갑 소장은 “땅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집값보다 더 잡기 어렵다”며 “땅값이 요동치기 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지역 인근의 땅값 상승은 결국 아파트값 상승으로 연결되고, 기업들의 비용을 증가시켜 국가 경쟁력 저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선덕 소장은 당장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통화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토지 시장으로 쏠리기 마련인 개발지역 토지 보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개발 정책이 토지 가치와 이용 용도를 바꿔 땅값 상승을 이끄는 측면도 크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정책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수 교수는 “정부가 시장 움직임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무리한 규제 등을 초래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땅투기 등을 막기 위한 단속은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