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가 추진중인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설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개발제한구역에 25일 시설원예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구 주변에는 9월 들어 시중자금이 유입되면서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땅으로, 상가로, 아파트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풀어놓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정부의 각종 개발과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부동산 시장 주변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돈 되는 부동산’으로 이동하면서 토지와 상가, 아파트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25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40만가구 건설과 4대강 살리기 사업, 마리나항(요트 전용부두) 40곳 선정, 제2경부고속도로 등 각종 도로건설 계획을 비롯, 대형 개발 호재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전국 개발예정지 인근 땅값이 연일 뛰어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 그린벨트 등 토지시장에는 이른바 ‘부동산시장 큰손’들의 뭉칫돈이 유입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여주군과 양평, 가평군 등 그린벨트의 경우 최근 들어 서울 부자들의 토지계약이 부쩍 늘고 있다. 임야(전원주택지) 분양을 대행하는 N사 관계자는 “불과 2개월 전에는 하루에 1건 계약자도 없었는데 9월 들어 하루 평균 3건가량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들어 상가시장에도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16~22일 전국 주공상가 103개 신규 점포 입찰에 뭉칫돈이 몰렸다. 광주·전남지역 입찰에 49억2727만원 등 주공상가 낙찰가 총액이 212억2910만원이나 됐다.

부동산업계는 지난 2주 동안 주공상가와 민간 상가 분양시장, 토지 입찰 등에 몰린 돈이 최대 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9월 들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기존 주택시장 규제에 따라 투자자들이 돈 되는 상가 분양시장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은 연립 다가구주택 경매에 돈이 쏠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서울시내 연립·다가구주택의 낙찰가율은 98.12%로, 9월초(9월1~15일) 87.33%보다 10.79%포인트나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8월까지 버블세븐 지역 낙찰가 총액은 1조362억9000만원이나 됐다.

DTI 규제 조치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등에 호가(부르는 값)를 내린 매물이 나오면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호가 하락 정도는 미미하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형의 경우 호가가 12억원 선으로 8월보다 3000만원가량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 매수문의도 줄긴 했지만, 가격이 하락한 물건이나 급매물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6억원이 넘는 집이 많아 이번 대출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동, 강동구 재건축 단지도 가격이 내리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 문의는 줄었지만 급매 수요 등은 아직도 많다”며 “여유자금을 가진 대기수요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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