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해외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국제적 성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감금생활속에서 성노리개 역할을 하다 마약과 성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브로커 비용과 체류비 명목 등으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돈도 벌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귀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북 경산의 부모님 집에서 요양중인 C(29)씨도 해외원정 성매매의 피해자. 그는 지난 2005년 호주로 해외원정 성매매를 떠났다가 지난해 귀국했다. 룸살롱에서 일하던 그는 아가씨들끼리 맞보증을 서는 과정에서 4000만원의 빚을 졌다. ‘호주에 가면 편하게 생활하면서 1개월에 3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꼬임에 빠져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그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거의 매일같이 성을 팔던 그는 브로커 비용과 항공비, 체류비 명목으로 2년이 지나자 빚이 8000만원을 넘었다. 그는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의 도움으로 빚 일부를 갚고 2007년 9월 간신히 한국으로 빠져나왔다.

귀국뒤 건강검진을 받은 그는 27세의 나이에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술을 팔지 못하면 2차를 나갈 수도 없었고, 2차 수입도 업주에게 대부분 돌아갔다”며 “매일 15시간을 일했지만 업주는 ‘살이 찐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끼만 주고 성매매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해외원정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은 국제적 성매매 조직의 감금, 폭행, 협박, 갈취 등의 피해자로 전락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 해외 원정 성매매 브로커 등 일당 68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2008년부터 2009년 7월까지 ‘매달 3000만원 이상 수입’등을 내세워 인터넷을 통해 100여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대부분 성매매를 ‘방학동안 모르는 곳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는 아르바이트 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업소 관계자들은 이들의 누드 사진을 촬영해 사이트 등에 올려 출장마사지나 성매매를 시켰다. 이들은 브로커에 소개비 선지급 등 거액의 빚을 졌으며 폭력조직에 돈뿐 아니라 성도 상납해야 했다.

성매매 종사 8년차의 J씨(34)는 “해외로 나가면 300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감금이나 강요 등의 인권침해가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은 해외원정 성매매 여성을 대략 일본에 5만여명, 호주 2500여명, 괌 250여명 그리고 뉴질랜드와 중국, 홍콩, 미국을 합쳐 1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