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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5년을 맞았지만 한국 밤 거리의 ‘빨간 등(紅燈)’은 꺼지지 않았다. 서울 청량리588과 미아리텍사스, 부산 완월동 등 성매매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집창촌(성매매집결지)은 갈수록 쇠락해가고 있지만 전체 성매매 시장 규모는 과거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집창촌 붕괴로 ‘돈의 1번지’인 서울 강남은 이제 ‘성매매 1번지’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성매매방지법’ 5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대략 수십조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07년 여성가족부(현 여성부)가 성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지만, 2년이 지난 현재는 정확한 파악이 안되고 있으며 당시 실태결과도 조사방식에 대한 논란과 함께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경제 규모는 약 14조952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성매매 업소는 4만6247곳, 성매매 여성 숫자는 26만9707명, 연간 성구매자수는 9395만명으로 집계됐다. 2009년 현재 상황을 추정하려면 여기에 더해 ‘인터넷 성매매’와 ‘오피스텔 마사지방’, 최대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해외 원정 성매매 종사자들까지 합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매매 1번지’로 부상한 서울 강남 지역의 현황을 통해 한국 성매매 시장의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21일 서울 강남 지역 유흥주점 관계자에 따르면 룸살롱과 ‘풀살롱’ 등 이 지역 유흥업소들은 단속으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진 집창촌 여성들은 물론 대학생, 미취업자, 이혼 여성 등을 대거 흡수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집창촌이나 안마방 출신 성매매 여성들이 유흥업소로 진입하는 것은 아무런 장벽 없이 이뤄진다”며 “여성들이 계속 들어와도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속에 따른 ‘풍선 효과’로 집창촌 여성들이 강남 지역의 ‘풀살롱’ 등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와 같은 또다른 성매매 업소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추방범국민운동’이 강남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청에 신고된 성매매 관련 업소가 1430곳에 달한다. 이 단체는 “단란주점 547개소, 유흥접객업소 358개소, 노래방 347개소, 이발소 137개소, 안마시술소 41개소 등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체 조사결과 이들 업소 가운데 안마시술소는 100%, 노래방, 단란주점을 비롯한 모든 유흥업소의 80% 이상이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한 강남 ‘풀살롱’은 여성 접대부 150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여성 1인당 월매출이 1500만원 정도라는 업계 관계자들 말로 계산해보면 이 업소의 연매출은 270억원에 달한다. 업소를 차리지 않고 단속을 피해 이뤄지는 ‘인터넷 성매매’와 주택가까지 파고든 ‘오피스텔 성매매’ 등까지 고려하면 성매매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 단위로 올라간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형 업소의 경우 그 규모 때문에 한번 단속하려고 해도 최소 수십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선 경찰서의 단속인원으로 대형 업소들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용권·박준희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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