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위협받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의 낙폭이 여전히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8일 기준 1207.8원으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9월14일(1109.10원) 이후 98.7원(8.9%) 상승했다. 이는 원화값이 8.9% 떨어졌음을 의미하며,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21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가격이 내린 통화는 원화를 포함해 6개에 불과했다. 가치가 오른 통화는 12개에 달했고, 3개 통화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해 변화가 없었다.

쿠웨이트 디나르가 6.7% 하락해 원화에 이어 두번째로 낙폭이 컸고, 영국 파운드도 6.2% 내렸다. 인도네시아 루피아(-2.9%)와 스웨덴 크로네(-0.9%), 노르웨이 크로네(-0.6%) 등도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내렸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반면 일본 엔화는 금융위기 이후 14.9%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은 통화로 기록됐다. 스위스 프랑도 9.6% 올랐고, 뉴질랜드와 호주 달러도 각각 8.7%, 8.5% 상승했다. 유로화도 5.3% 올랐다. 이밖에 싱가포르 달러(1.5%), 홍콩 달러(0.6%), 중국 위안화(0.3%)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도 대부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원화는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도 가장 컸다. 원화값은 금융위기 이후 올해 3월초까지 41.6% 떨어졌다가 이후 23.1% 상승했다. 반면 엔화는 금융위기 이후 올해 3월초까지 9.0% 올랐다가 이후 6.5% 하락해 원화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홍콩 달러는 같은 기간 0.6% 올랐다가 0.1% 하락해 거의 변화가 없었고, 싱가포르 달러는 8.0% 내렸다가 8.8% 오르며 거의 제자리로 돌아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변동성이 컸던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해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