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영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요즘 영화 ‘국가대표’의 인기가 급상승 중으로 곧 관람객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동남아 비행을 다녀와서 하루 쉬는 날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그렇게 관객들이 몰릴까’ 하는 생각에 확인 겸 회사 동료와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는 제대로 된 스키점프 시설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열정 하나만 가지고 피나는 연습 끝에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리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손수건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후회됐는지 몰랐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중간 중간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이 있어 함께 영화를 보던 동료가 알아챌까 몰래 눈물을 닦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료와 나눈 이야기 역시 영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 스키점프 선수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더구나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는지 상상조차 못했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료 역시 영화를 보며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단다. 서로 몰래 눈물을 흘린 얘기를 하다보니 동료와 나는 함께 기분이 환해졌다.

문득 얼마 전 신문에서 눈물의 효능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웃음이 보약인 줄 알지만 눈물도 웃음만큼이나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면역력이 올라가고 반대로 스트레스지수는 떨어졌다고 한다.

일례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슬픔에 잠겼던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우울증 환자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있었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눈물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기 때문으로 풀이하며 ‘다이애나 효과’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어느 직업이나 스트레스 없는 직업은 없다. 승무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밤을 지새우고 시차가 바뀌고 음식과 잠자리가 바뀌고 내 기분과 상관없이 손님들 앞에서 항상 미소를 보여야 하는 이 직업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직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나의 피를 끓게 하는 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누군가 나에게 “비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라니요? 전 비행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하늘을 날고 있을 때가 제일 즐거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에는 스트레스를 느낄 만한 여유가 없어요.”

아무래도 나는 참 행복한 승무원인 것 같다.

[[이덕영 /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