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한나라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는 대표취임 이후 처음으로 18일 오후 국회 의정관에서 박 전 대표와 만나 취임 인사를 하고 각종 당무 등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유력한 차기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 여당 신임대표로서 여권 대선구도 전면에 부상한 정 대표의 만남에 대해서 양측은 일단 ‘인사차’, ‘의례적’ 만남이라며 특별한 의미 부여를 꺼려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향후 여당 운영 및 국정현안 논의에서계파 간 협력을 위한 단초가 될 지 주목된다.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은 “정 대표가 당대표 선배인 박 전 대표로부터 조언도 받고 당내 여러 문제에 대한 참여를 부탁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오는 10월 재선거 지원요청을 할 것인지, 박 전 대표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등이다. 주변에선 박 전 대표가 ‘지도부 중심의 선거’ 원칙 하에 지원유세를 하지 않겠다고 이미 수차례 밝힌 만큼 정 대표도 직접적 요청을 하진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전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10월 재선거와 관련해 “(박 전 대표에게)협조를 구해도 되겠느냐. 분위기를 봐서 될 것 같으면 하겠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대표로서는 10월 재선거가 취임 후 자신의 첫번째 시험대가 되는 셈이어서 최대한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유리하다. 정 비서실장은 “재선거 지원과 같은 지엽적 주제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더 큰 차원에서 협력을 부탁드릴 것 같다”며 “당쇄신, 개혁 문제를 비롯해 정기국회 운영 및 현안 등 포괄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두 사람 만남이 일단 정 대표의 ‘광폭행보’ 연장선상에 있지만, 박 전 대표 역시 1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서로 간 관계회복에 기대를 모으고 있어 당내 해빙모드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의원은 만남의 의미를 “의례적”인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앞서 이 대통령과 만나고 정 대표와도 만나듯 다른 때 비해 서로 간 대화, 소통의 횟수가 늘어나는 것엔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날 만남에서 정 대표의 전반적 협력 요청에 대해 단순히 ‘지도부 중심’의 기존 원칙론을 반복할 것인지, 기타 의견을 피력하며 당내 협력을 진전시킬 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