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방송 종영후 애물단지로 전락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진성호(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의 영화·드라마 세트장 건립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방송 종영후 관광객 급감으로 수입이 감소해 사업 실패로 이어지는 등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 지원으로 건립된 영화·드라마 세트장은 전국 34곳이다. ‘서동요(72억원)’와 ‘신돈(50억원)’ 등 지자체 지원액이 10억원을 넘는 곳만 11개에 달했다. 그러나 방송 종영후 관광객이 줄어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관리 부실로 세트장이 훼손되는 등 지역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충남 금산군이 1억5000만원을 지원한 ‘상도’ 세트장의 경우 드라마 종영후 방치되다 2002년 홍수로 전부 유실됐다. 2001년 충북 제천시가 20억원을 지원, 청풍문화재단지내에 건립한 ‘장길산’ 세트장은 ‘대망’ 등 세트장으로 재사용되긴 했지만 방송이 끝나고 관광객이 급감했다. 특히 문화재단지 자체 이미지까지 훼손시켜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 태안군이 민간자금 40억원을 유치해 5만㎡가량 부지에 조성한 ‘장길산’ 세트장은 종영후 관광객이 줄어 세트장 건립회사가 부도났고 입장이 통제된 상태다.

진 의원은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지자체간 경쟁이 남발돼 세트장이 폐쇄 직전까지 몰리는 등 예산낭비 실태가 심각하다”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산업 등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