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9·6 임진강 참사’와 남북대화를 분리 대응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고도 북측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묻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에 대한 북측 책임론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는 북측이 제안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5% 인상안을 사실상 수용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이 지난 10일 금년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률을 종전과 같은 5%로 하자는 안을 제시해 왔다”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지만, 기업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뒤 이르면 다음주중 북측과 최종 합의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이같은 입장은 임진강 참사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사업은 분리하겠다는 대응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지난 8월 북측의 ‘유화 제스처’로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풀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일부가 9일 임진강 댐 무단방류와 관련, 북측에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남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북측을 지나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또 오는 26일~10월1일 예정된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미칠 파장을 고려, 사전에 ‘분리 대응’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북측이 상봉행사를 무산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부대변인도 “북한의 임진강 무단방류 사태와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이산가족상봉은 인도주의적 사안이고, 남북이 8월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미 합의한 사안으로 실무적인 준비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분리 대응’이 임진강 참사에 대한 북측의 사과도 못 받아내고, 북측에 ‘달러’만 제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자칫 북측에 끌려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측이 지난 6월 월 임금 300달러 인상 요구를 공식 철회한 것도 아닌 데다, 급작스럽게 5% 인상 카드를 먼저 꺼내놓은 것도 남측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