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는 11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 수위 상승이 처음 인지된 휴전선 접적지역의 필승교를 찾았다. 북한의 무단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불어나 야영하던 민간인 6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지 5일 만이다. 국방위원들의 원래 계획에는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사고현장과 전차부대 훈련지역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날 현장조사에선 빠졌다.

국방위원들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실종자 시신이 모두 수습돼 사고현장대책반이 철수했기 때문에 국방위원들은 필승교 한 곳만 방문해 군 당국으로부터 보고만 받았다. 이날 오전 국회를 출발해 수색항공단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필승교 인근 부대로 이동한 국방위원들은 돌아올 때 군남댐 건설현장과 임진강 상하류, 한탄강 합수머리를 저공비행으로 둘러봤을 뿐이다.

국방위원들은 필승교 인근 상황실에서 군 당국으로부터 사태를 보고받은 뒤 군의 허술한 대민 및 대관 협조체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잘해 달라’고 말하는 등 제대로 된 질책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2002년 10월 필승교에 자동수위측정장치가 설치된 이후에 군은 행정 관서에 수위 상황을 전파하지 않는다”며 “군은 당시 사체가 떠내려오는 등의 여러 상황을 감안, 군사작전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는데도 민간에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인근 다른 사단에도 통보하지 않아 훈련중이던 전차부대가 큰 피해를 볼 뻔한 데 대한 깊은 반성보다는 면피성 해명에 급급한 설명이었지만 국방위원들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김학송(한나라당) 국방위원장은 “북한을 탓하기보다 우리가 대비할 문제”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이 군에 있는데 군이 신속하게 유선으로 (관계 기관에) 연락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다”는 부드러운 지적을 했다. 서종표(민주당) 의원은 “당시 군 상황장교가 수위 상승에 대해 해당 군청 등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물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앞으로 감시·협조 시스템 마련시 책임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영우(한나라당) 의원은 “군은 국토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민간인 6명의 인명피해는 국방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며, 앞으로는 합동 방위시스템, 민·관·군 안보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한나라당) 의원도 “군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인데 아까운 생명 6명이 사망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같이 느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