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수렁에 빠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아프간전 참전은 양국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병력 증파를 고려중인 미국은 수렁에 빠진 아프간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러시아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나 마약 등이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차단해 역내 안보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아프간전 개입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총회, G20이 모멘텀되나 = 최근 러시아가 아프간 전략 수립은 물론 정치, 군사 면에서도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무엇이든 이는 전적으로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새로운 전쟁 파트너로 러시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는 또 아프간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의 아프간전 참전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진행된 미·러간 외교 흐름도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는 아프간전을 치르는 미군의 군수물자수송을 위해 자국의 영공을 개방키로 합의했다. 이를 러시아의 아프간전 참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오는 9월23일 유엔총회와 24~25일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이 이 문제를 보다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아프간전 참전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79년 아프간을 침공, 10년간 전쟁을 벌인 러시아에 대해 아프간 주민들은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로인해 러시아의 참전이 일반 아프간 주민들과 탈레반의 결사항전을 부추겨 아프간 전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왜 아프간에 집착하나 = 러시아가 아프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러시아의 안보와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체첸 분리독립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 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유입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 제1의 목표다. 아프간에서 재배되는 마약이 러시아 영토로 들어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1979년 러시아가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는 탈레반 정권과 싸웠다기보다는 사실상 냉전시대 미·러 대결구도 속에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러가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맞설 경우 승산이 있으며, 역내 패권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