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는 공이 없이 헛스윙을 하면 준프로 같은데 막상 공을 놓고 스윙을 할 때는 장작으로 보이는지 너무 강하게 친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양용은의 얘기다. 그런데 아마추어도 아닌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그처럼 ‘헛스윙’만 남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일 오후 호주와 평가전(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경기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첫 훈련이 실시됐다. 그런데 이날 훈련에는 박지성, 설기현, 이근호, 김남일, 이청용, 이영표, 김동진, 박주영, 조원희, 이정수 등 10명의 해외파 선수만 참가했다. 예정대로 30여분 미니게임을 했지만 정작 골문에 골키퍼는 없었다. 텅 빈 골대를 향해 볼을 때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됐다.

당초 국내파 포함 23명의 선수가 함께 첫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48시간 전 소집 규정을 내세워 소속팀 선수들을 3일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운재(수원) 김영광(울산) 정성룡(성남)이 지켜야 할 골문이 빌 수밖에 없었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훈련에 참여한 해외파 선수들이 프로축구연맹의 행정력과 구단 이기주의를 향해 마침내 분통을 터뜨렸다.

이영표는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1분, 1초가 중요하다. 해외파 선수들의 소속팀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표팀 차출 규정을 몰라서 먼저 보내준 게 절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근호도 “일본 J리그의 A매치 뒤에는 정규리그가 없다. 그래서 두 차례의 A매치를 치를 수 있고 유럽 전지훈련도 계획중”이라고 거들었다. 박지성은 “족구팀도 아니고 골키퍼도 없는데 효과가 있겠느냐”고 씁쓸해 했다.

대표팀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의 꿈을 실현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서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한 게 아쉽다. 한국 축구의 장래를 위해 발전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허정무 감독의 얘기에 관계자들이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