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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면 내 평생의 절반보다 긴데 기분으로는 엊그제 같습니다.”

임영웅(73)씨는 도가에서 시작한 ‘고도…’ 40주년의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고도…’를 한 20번 이상 새롭게 연출했는데 조각가나 문필가가 작품을 손보고 또 손보는 것처럼 깎고 또 깎았습니다. (한국에선) 연극을 한 번 하고 버리고 새 작품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좋은 작품일 때는 몇 번이고 해서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런던이나 뉴욕에 가 보면 70∼80%가 레퍼토리 작품 아닙니까. 신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신작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40년 동안 기본적인 틀은 변한 것이 없다”며 “가장 큰 변화는 나무”라고 했다.

“1989년 아비뇽에 갔을 때에요. 그전까지는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삐죽한 나무였습니다. 여기에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 구부러진 소나무 형상으로 변형시켰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변했는데 그게 내용에 암암리에 반영됐을 겁니다.”

10여번은 더 본 ‘고도…’인데 이번 버전은 유난히 슬퍼 보였다.

“보는 사람이 달라진 걸 겁니다. 이 작품에는 인간 존재의 미미함이랄까, 크게 보면 삶의 허망함이랄까, 그런 것이 있습니다. 무대 위 등장인물들이 온갖 짓을 다하며 시간을 메워 가며 발버둥 치지만 결론은 끝없는 되풀이 아닙니까.”

그는 “‘고도…’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연출가의 의도보다는 보는 사람의 환경, 입장, 연륜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희랍비극이 2000년 이상 된 작품이지만 아직도 생명력을 갖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감동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고도…’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그냥 늘어놓는 장광설 같지만 자세히 보면 보통 면밀하게 계산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볼 때마다 감동이 다른 텍스트의 힘이 바로 ‘고도…’가 40년을 이어 오고, 또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일 겁니다.”

도가(일본) =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