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발효된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 이후 두달만에 비정규직의 5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또 한차례의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 직후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1만개 표본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3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여당의 예상과 다소 다른 수치다. 노동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이르면 2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런 결과를 놓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대량 해고설’은 과장된 것”이라며 공세를 펼 태세며 6월 임시국회부터 줄곧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강조하며 법 시행 유예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다소 곤혹스러워하면서도 ‘50% 해고는 대량 해고’라는 논리로 맞대응할 조짐이다.

당내에 노동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낮게 나온 해고자 수치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당 노동 TF내에서조차 “해고 대란설을 근거로 한 ‘법 시행 유예론’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노동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7월말에서 8월로, 다시 9월 초로 연기되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다면, 법 시행을 중단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다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주당과의 추후 협상이 어려울 것임을 토로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추경예산때 편성된 1185억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집행문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할 태세다. 비정규직 관련 정부 예산에 대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 없는데도 정규직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이 집행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조금 더 쉽게 정규직 전환에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노동부로부터 내년 예산 요구액 자료를 받은 결과 비정규직·청년실업 예산 1349억원이 삭감됐다”며 “부자 감세와 무리한 4대강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