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1일 개회했지만 첫날부터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회기 시작과 함께 열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은 아직 날짜도 못 잡았고 국정감사 기간을 놓고도 한나라당(9월10일)과 민주당(10월)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사청문회와 쟁점법안 처리 등 넘어야할 ‘산’은 높지만 여야는 국회 의사일정 합의조차 못한 채 개회 첫날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오찬회동을 하고 의사일정 등 정기국회 운영방안을 논의키로 했지만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개회식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 3개법(신문법·방송법·IPTV법) 강행처리에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개회 첫날부터 집단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7월 한나라당은 국회를 난장판 전쟁터로 만들고 언론악법이 원천무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또다시 일방적 날치기를 강행할 것인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합의처리를 약속해야 정상적 국회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7월 다수결 원칙을 훼손하는 원인을 제공했는데 더이상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겠지만 끝까지 안될 경우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감 시작일을 놓고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국감은 통상 10월에 해왔던 것이 관례인데 한나라당은 재·보궐선거와 국감 일정이 겹치는 것을 겁내고 있다”며 “(오늘 원내대표간 회담에서)구체적 논의는 안될 거다. 이번주는 실질적 논의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훈 한나라당 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 이후 여러 중점법안들을 연말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9월에는 국감과 예산결산, 청문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일정이 확정된다해도 인사청문회와 국감,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처리 등 쟁점이 많아 향후 국회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양당간 중재자 역할을 해온 선진과창조의모임이 교섭단체 탈락 위기에 놓이면서 정치권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석인 전망도 나온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