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진 것을 과감하게 버린 자가 결국 승리할 겁니다.”

제8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61) 광운대 총장은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신산업의 최우선 과제를 이처럼 꼽았다. KT 및 KTF 사장도 역임한 이 총장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원로 가운데 기업과 정부, 학계를 폭넓게 경험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이 총장은 “현재 통신업계는 전체 시장파이를 키울 수 없는 캐시카우(Cash Cow·수익원)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통신산업의 속성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과연 기업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가진 것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새로운 ‘위너(winner)’로부터 쫓기는 신세에 빠지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 총장은 “일자리가 급증하고 산업이 급성장한 10여년 전을 돌아보면 자명한 결과”라며 “초고속 인터넷이나 이동통신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결국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통신업계가 현재의 생각의 틀을 깨고 스스로를 낮추되, 더욱 단단해 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통신업계가 사는 길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IT만 혼자서 우뚝 선 것이 성장 정체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장은 “IT가 이종산업과 융합(컨버전스) 노력을 통해 키 높이를 맞추고 지능화를 통해 체질을 단단하게 개선해야 비로소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미다스의 손’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를 효율화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예로 들면서, 국가경제 전반의 고민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열린 시장’과 ‘혁신적인 솔루션 창출 경쟁’을 주문했다. 저수지에서 경쟁적으로 물고기를 낚아 올리던 예전 생각에 젖어 자꾸 상대편 수족관에서 돈으로 물고기(고객)를 뺏어 오는 마케팅 경쟁을 반복하는 건 결국 산업 전체가 퇴보하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이 총장은 “저수지가 말라 버린 현실을 인정하고, 이제는 서로의 수족관을 터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적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경쟁을 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 보조금 경쟁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 경쟁의 무대를 만드는 역할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이 총장은 주문했다. 그는 “정부가 과거처럼 네트워크 설비의 중복투자 경쟁을 유도하면 안 된다”며 “이로 인해 놀리는 설비가 늘어날수록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정부는 혁신적인 서비스 경쟁을 북돋워야 한다”며 “그 전제인 네크워크 설비 개방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적절한 보상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사상 IT처럼 부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산업도 드물다”며 “통신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롭게 인정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