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정치혁명은 민심의 쓰나미였다.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조차 ‘지겨운’ 정치판을 뒤엎은 사건이었다.

일본 정치혁명 소식에 한국의 여·야 정당이 전율을 느꼈다면 우리 정치에는 희망이 있다. 안타깝게도 31일 여의도에서는 ‘30개월 뒤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笑劇)만이 연출됐다.

민심은 국경을 넘나든다. 일본발 정치혁명이 우리 신문·방송의 톱기사로 도배질된 것은 한국사람들의 ‘바람’ 때문이다. 1993년 한국에서 첫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일본에 갔더니 한국 문민정부의 인적·제도적 개혁정책에 대해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대단해요”라며 부러워했다. 일본 사람들은 그해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에 처음으로 참패를 안겨줬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급 의원은 “일본 선거결과를 보니 역시 소선거구제는 무섭다”고 말했다.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최근 역대총선이 그랬다. 선거 때마다 50~60%의 의원들이 물갈이되었고 과반수 다수당이 여반장처럼 뒤바뀌었다.

1일 한나라당 원내회의에서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며 자민당이 경제 문제 해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이 참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문제,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일본 표심에 대한 외신 분석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불만스러운 자민당, 불안한 민주당’이었다. 일본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극복한 것은 ‘생활제일’ 노선이었다. 깃발과 집회의 장외투쟁이 아니었다. 한국정치에 대입하면 ‘한심한 한나라당, 불안한 민주당’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정기국회가 개원됐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정치’라는 배를 띄우지만 분노한 바다는 배를 뒤엎는다. 민심은 지금 지켜보고 있다. 민심은 더 이상 지역텃밭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형두 정치부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