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정권을 잡은 일본 민주당이 벌써부터 내부 권력 투쟁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143명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 대행측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당내 지분을 놓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측과 미묘한 갈등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일각에선 오자와 대행이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하토야마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당선된 ‘오자와 칠드런(children)’은 143명에 달한다. 이는 하토야마 정권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일 지적했다. 밖으로는 54년간 정권을 잡아온 자민당과 싸워야 하는 하토야마 대표의 입장에선 안에서까지 오자와 그룹과 권력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자와 그룹보다는 개혁적 성향이 강한 하토야마 대표가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요미우리는 “최초의 시금석은 각료·당직 인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토야마 대표가 31일 “새 정부 각료 인사는 누구의 간섭없이 직접 챙기겠다”고 한 것도 오자와 대행과의 이중 권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와 관련,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민주당 최고고문은 최근 하토야마 대표에게 “오자와 대행과 거리를 두는 의원을 적극 등용할 것”을 조언했다. “또 다른 측근은 오자와 그룹 몰래 ‘국가전략국’, ‘행정쇄신회의’ 등의 플랜을 만들기도 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대표가 오자와 대행을 배제한 채 정권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내 기반을 두껍게 한 오자와 대행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과 함께 정계개편을 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하토야마 대표가 정치자금 의혹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오자와 대행이 자민당 일부 세력과 연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오자와 측근들은 하토야마측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측근은 “올해는 오자와 대행의 해가 아니냐”며 “하토야마 대표가 오자와 대행에게 계속 일을 부탁하고 싶으면 고개를 먼저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