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앞마당에서 열린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 폐막식에서 제임스 로웬(왼쪽 다섯번째) 미 가톨릭대 객원교수 등 국내외 참가자들이 ‘2009 역사와 평화 서울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 19~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서 열렸던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는 역사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역사교육이 해야 할 역할과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역사교과서들이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지역 분쟁들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 세계 20여 개국의 역사 연구자 및 교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 이번 대회의 참가자들은 “역사화해를 통한 세계 평화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편향되지 않은 역사교육과 열린 역사적 대화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의 ‘2009 역사와 평화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평화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 활동가들과 역사 교사,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실천 사례 등을 보고한 이번 대회의 성과 및 의미를 살펴본다.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동아시아와 인류에 평화로운 미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중대한 임무임을 확인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진행된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가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밝힌 ‘2009 역사와 평화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역사의 매듭, 평화로운 미래’란 슬로건 아래 ‘동아시아의 역사화해를 위한 역사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 20여 개국의 학자와 교사, NGO 활동가 200여 명과 일반 시민 2000여 명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각종 심포지엄과 워크숍 및 세미나, 라운지토크, 부대행사 등 이번 대회 기간 중 진행된 30여 개의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역사NGO가 함께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전 세계 평화교육과 역사교육의 사례 발표장 = 이번 대회 거의 모든 행사는 세계 각지에서 온 NGO 활동가들의 사례 발표 경연장이었다. 이를 통해, 역사갈등 해소를 위한 평화교육과 역사교육의 경험을 공유하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적이자 의도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 프로그램 중에서도 전쟁사와 관련된 역사교육과 평화교육 모델 찾기를 주제로 한 주제심포지엄 1·2, 유럽의 역사교육 사례를 소개한 역사교육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다양한 평화교육과 역사교육의 사례가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쟁사와 평화교육 모델을 주제로 21일 열린 주제심포지엄 1·2에서는 각국 교과서가 가진 자민족 중심주의와 함께 문명과 국가(민족국가)에 대한 순수한 믿음 또는 무비판적으로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제임스 로웬 미 가톨릭대 객원교수는 “베트남전쟁을 다룬 미국 교과서가 자민족 중심주의와 집권층의 이익, 진보라는 이야기 줄거리, 무능한 교사, 교사들의 논란 회피 욕구 등에 의해 왜곡돼 있다”며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구분해 역사를 잘 가르친다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최고의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웬에 따르면, 진정한 애국자는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자로 조국이 저지른 죄를 비난하고 이에 핑계를 대지 않는 자’이다. 국사 교과서에 실린 전쟁사 서술에 대해 발표한 박수성 무학여고 교사는 “전쟁의 불가피성이나 ‘국난 극복’의 스토리를 반복하는 서술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현대적 관점에서 전쟁의 원인과 배경,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 등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2일 열린 ‘역사교육 전문가 심포지엄’에선 유럽과 동아시아 학교에서의 공동 역사이해를 위한 상호협력의 경험들을 공유했다. 마르틴 리파하 독일 프랑크푸르트 리비히학교 교사·한스 울리지 주덱 빈토르스트김나지움 교사 등이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와 독일·폴란드 학생들의 공동 연극 프로젝트 등에 대해 소개했다.

◆2009 역사와 평화 서울선언문 =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 기간 중 양미강 대회 운영위원장을 비롯, 로웬 교수와 알리 아부-아와드 팔레스타인 페어런츠 서클-가족포럼 기획부장 등 NGO 활동가 8명은 ‘2009 역사와 평화 서울선언문’을 작성, 대회 폐막식에서 이를 발표했다. 선언문은 “좀더 정확한 그리고 국제적 이해와 화해로 이끄는 교육자료를 생산해내기 위해 역사가, 사회과학자 그리고 다른 나라의 교과서 편집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모든 대회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역사해석과 함께 가해자는 물론 희생자에 대한 기록을 포함한 교과서를 비롯, 다양한 교재를 개발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

글·사진 =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