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를 137일간 억류하면서 유씨에게 ‘(한국)정부 기관의 사주를 받아 북한 주민에 대한 탈북권유 같은 반(反)체제 행위를 했다’고 자백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은 조사기간 동안 유씨에게 “과거 한 건설회사소속으로 리비아에 근무할 당시 정부기관의 사주를 받아 현지에서 만난 북한 주민에게 탈북을 권유했다”는 혐의를 붙였고 유씨는 오랜 조사에 지쳐 일부 시인하는 ‘허위진술’을 했다.

앞서 북한의 개성공단 감독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5월15일 보내온 대남 통지문에서 유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며 사실상 유씨가 현대아산 직원을 가장, 스파이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이 같은 북측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다 오랜 조사에 지쳐 일부 시인하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했다고 최근 정부 합동조사 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측은 유씨에게 적용한 체제 비난 혐의와 관련, 유씨가 개성공단 근무기간 북한 주민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을 물증으로 제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정부는 이르면 25일 중 유씨의 북한 억류 생활과 북측 조사 내용 등에 관한 국내 유관당국의 유씨 대면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씨는 개성 시내 자남산 여관에 계속 머물며 장기간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조사 초기 폭언을 몇차례 들었고, 한때 잠을 잘 때 소등을 해주지 않아 고통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신체에 대한 위해는 별달리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보영기자 boyo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