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한민국 다둥이 가족의 여름 기차 여행’ 행사에 참석한 다둥이 가족들이 19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18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2박3일 동안 ‘대한민국 다둥이 가족의 여름 기차여행’길에 오른 전국 7자녀 이상의 다둥이가족 333명(38가구)이 그들. 이날 행사는 청주MBC가 주관하고 현대차와 코레일이 후원해 이뤄졌다. 어린 젖먹이에서부터 50대 아버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다둥이 가족들은 회색 건물과 기계음으로 삭막하기만 한 공장 분위기를 밝게 바꿔놓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에 겨운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명의 자녀를 둔 경북 구미시의 엄계숙(여·47)씨는 “자녀를 많이 둔 덕분에 평생 여행을 못갈 것 같았는데 이렇게 현대자동차 공장까지 오게 돼 모처럼 다둥이 엄마로서 가슴이 뿌듯해진다”며“13명의 애들이 서로를 챙겨주며 보살피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기뻐했다.

엄씨의 남편 김석태(52)씨는 현대차 안내원에게 “우리식구가 모두 15명이나 돼 현재 생산되는 12인승 규모의 스타렉스 승합차로는 불편이 많은데, 기회가 되면 다둥이 가족을 위해 15인승차량도 만들어달라”고 부탁, 다른 다둥이가족들로부터 공감을 사기도 했다.

충남 논산 출신의 임성남(52)·김선화(여·46)부부도 8자녀와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이 첫 가족여행이라는 임씨는 “이번 여행 덕분에 군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들 임마뉴엘(21)군도 특별 휴가를 나와 10식구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평소에는 자녀가 많아 주변의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이번여행으로 가족이 많은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의 부인 김씨는 생산현장이 보이는 견학통로 한곳에 8명의 애들을 불러놓고 “저기 보이는 자동차처럼 수많은 부품이 조립되어 하나의 자동차가 완성되듯이 너희들 8명도 모두가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회 요소요소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부산 동구의 김정아(여·40)씨는 “평소에 7남매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 여행에서 12, 13남매의 다둥이 가족도 많아 7남매는 명함도 못내밀겠다”며 “남편이 바빠서 이번 여행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14살짜리 큰 아들이 동생을 잘 챙기고 잘 돌보는 바람에 정말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둥이 가족답게 자녀들의 가족사랑도 넘쳐났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7남매 가족중 5째인 장재민(10)군은 “지금 생산되고 있는 빨간색차가 너무 맘에 드는데 우리 아빠한데 공짜로 한대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경북 구미의 13자녀 가족의 둘째딸 다솜(21)양은 혹시나 놓칠세라 어린 동생인 뜨레(9)·소다미(7)양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우리가 평소 타는 차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야”라며 안내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18일 경주에 도착해 밀레니엄파크 등을 관람한데 이어 이날 현대차를 방문한 다둥이 가족들은 오후에는 울산 동구 서부동 서부축구장에서 다둥이 가족 축구대회를 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마지막날인 20일에는 충북 영동에 들러 난계 국악박물관을 구경하고 포도따기 체험을 하며 꿈같은 가족여행을 마무리한다.

울산 = 곽시열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