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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갈등 해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지난 2006년 여름 출간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제3권 현대편)다. 독일과 프랑스는 나폴레옹 1세의 독일 침략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무려 4차례의 전쟁을 치른 숙적이었다. 하지만 자민족 중심의 역사교육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학자와 역사교육 관계자들은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역사교과서 협력활동을 전개해왔다.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이 급물살을 탄 데는 지난 2003년 1월 엘리제 조약(독일·프랑스 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발족된 양국 고등학생 550여 명으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청소년의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참가자들이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을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요청했던 것. 두 정상이 요청을 받아들여 양국의 외교부·교육부 관료와 학자들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역사교과서 특별위원회가 발족되고 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한 뒤 ‘편찬지침’(2004)을 마련했다.

특별위원회는 구체적인 시대구분 문제와 교과서의 분량(총 3권, 각권 약 330쪽) 등을 확정짓고 각자의 언어로 만들어지지만, 내용은 완전히 동일한 교과서를 만들기로 하는 등 편찬원칙도 수립했다. 양국이 역사교과서를 대상으로 협력한 지 약 70년 만에 공동 교과서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비교하고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선의 다각화’가 장점이다. 독일·프랑스 공동역사교과서는 양국에서 2007년 12월까지 약 4만5000권이 판매됐다.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구입한 경우는 이 중 4만권(독일과 프랑스에서 각 2만권) 정도일 것으로 독일 클레트 출판사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제3권 현대편(사진)이 번역 출간됐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