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정치적 활동을 계속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 이명박 정권에 맞서기 위한 야권통합을 촉구해 ‘훈수정치’라는 시비를 낳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5월23일)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정치 발언 수위는 가파르게 높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8일 서울역앞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민주주의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저는 노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이 나라 민주주의를 확실히 회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급기야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63빌딩에서 열린 6·15기념강연에서 “과거 50년간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위태로워졌다.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현 정부에 대한 독재 발언은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 발언 바로 다음 날인 12일 수석비서관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전직 대통령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의 맞수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비난전에 가세, “틈만 나면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김대중씨는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반국가범죄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2008년 4월에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에 김 전 대통령의 분신이랄 수 있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차남 김홍업 의원(당시)이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은 김 전 대통령에게 충격이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동교동 3인방 중에서 박 전 실장만 목포에서 당선되고, 김 의원과 한 전 대표가 각각 무안신안과 광주북갑에서 낙마, 호남에서의 김 전 대통령 영향력이 급속하게 퇴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