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하루만인 19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냄에 따라 남측에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북한이 지난 17일 현대그룹과 남북경협사업 5개항에 합의하는 등 ‘대남화해’ 신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문단까지 파견할 경우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5시30분 김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이희호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김 전 대통령은 애석하게 서거하였지만 그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남긴 공적은 민족과 함께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남조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이 18일 애석하게 서거하였다”면서 짤막하게 사실관계도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애석하게”라는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고, “민족화해와 통일염원 실현 공적”을 치하한 점은 이례적이다.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남측 주역의 서거에 대한 최고 예우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일째인 5월25일 조전을 발송했지만,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이에따라 김 위원장이 남측에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먼저 조문단이 직접 조전을 가져올 가능성이다. 북한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망 당시에도 조문단을 파견, 김 위원장의 조전을 전달했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북측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남측도 북측 제안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북측 조문단 대표는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이나, 최고급 예우 차원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장성택 국방위원 등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예우 차원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조문단 대표로 보낼 가능성이 낮지 않다”면서 “북측 조문단이 온다면 남북관계에는 아주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