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추모의 글 남기며…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찾은 시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글을 남기고 있다.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정치권은 전날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을 일제히 추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학기술위 1차회의는 지난 1999년 김 전 대통령 재임시에 이뤄져 오늘까지 왔다”며 “서거하신 김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셨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례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는 통상 이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으나 이날 회의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생략됐다.

이 대통령은 전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큰 정치지도자를 잃었다. 민주화와 민족화해를 향한 고인의 열망과 업적은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전의 뜻이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홈페이지에 ‘근조(謹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게시문을 띄웠다. 이날 이 대통령의 조문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시 빈소를 찾았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로 남북평화 통일에 한번 더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예정됐던 중앙당 행사를 모두 연기하고 전국 시·도 당원협의회와 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 근조 플래카드를 걸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미니홈피에 묵념사진과 함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에 이어 아침 일찍 임시 빈소를 찾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는 오전 분향소가 설치중인 서울광장으로 아예 자리를 옮겨 상주 역할에 매진키로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우리에겐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다.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슬프다”고 소감을 밝힌 뒤 소속 의원들에게 “영결식을 마칠 때까지 절도있게 잘 구분해서 장례절차를 마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장외투쟁 등 외부 일정을 장례기간이 끝날 때까지 취소하고 중앙당 및 시·도당 지역위원회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도록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고인이 남긴 많은 업적들은 역사가 바르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시대의 큰 별이 졌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유훈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의사당에 대형 근조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하고 국회 내부에 분향소를 차리기로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8일 임시 빈소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큰 거목이 쓰러지셨다”며 “오랜 동지였고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19일 임시 빈소를 방문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이제 천주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만·민병기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