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生家 분향 19일 오전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묵념을 올리고 있다.

“어제(18일) 갑작스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땅히 조문할 데도 없고 해서 밤새 주민들이 TV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였습니다. 누가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서 10년 넘게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보수·관리해 온 장일웅(69)씨는 19일 김 전 대통령 서거를 접한 마을 주민들의 슬픔을 이같이 전했다. 장씨 역시 눈물을 흘리고 밤잠을 설친 듯 눈이 충혈된 채였다.

장씨의 말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고 자란 하의도와 목포시도 ‘큰 어른’을 잃은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후 밤 사이 마련된 이곳 분향소들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졌다.

19일 오전 김 전 대통령 생가에 마련된 분향소 앞. 하의도는 목포에서 일반 여객선으로는 2시간 반, 쾌속선으로는 1시간 10분이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뒤 첫배를 타고 들어온 외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목포시 옥암동에 사는 최해진(여)씨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첫 배를 타고 하의도로 들어와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조문을 올렸다. 최씨는 “어제 오후 갑자기 방송을 통해 서거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전라도 사람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우상이었는데…”라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장일웅씨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생전에 못드린 인사를 대신 올렸다. 조문을 마친 장씨는 “생전에는 그렇게 자주 못오시더니 지난 4월에 왔을 때 모든 섬 주민들이 그렇게 반가워하고 기뻐할 수가 없었다”며 “퇴임 후 하의도에 와서 사셨더라면 더 좋았을테지만 이제 더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7촌 조카인 김재미(64)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 계실 적만 해도 다들 ‘하의도에 해 준 게 하나도 없다’고 귀가 따갑게 욕하고 했는데 지난 4월 하의도 찾아오셨을 적에 모두 한풀이를 했고, 이제는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 같이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하의면사무소에 차려진 김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도 섬주민들과 외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의도에서 태어나 지금은 인천에 살고 있는 김길배(61)씨도 새벽밥을 지어먹고 고향길에 올랐다. 김씨는 “전라도의 희망이 사라졌다”며 “하의도 출신의 다른 지역 거주자도 모두 큰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김씨와 함께 분향소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던 전채심(여·75)씨도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씨는 김 전 대통령의 사촌 동생인 고 김대은씨의 부인으로 하의도에서만 50여년을 거주한 하의도 토박이였다. 전씨는 “결혼하고 새댁 시절에 국회의원으로 계시던 김 전 대통령을 뵈었던 기억이 있다”며 “가까이 지내지는 못했지만 집안의 큰 어른으로서 모든 일가친척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날인 18일 오후 목포시에서는 일찌감치 추모객들이 목포역 앞 광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조문을 올린 김문경(62) 씨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며 “이제 정치권에서도 그분의 가르침을 본받아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나라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 = 글·사진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