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 앞서 전날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는 서울시 대표 분향소가 설치돼 추모객들이 분향을 시작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도 전날처럼 오전부터 고인을 추모하려는 인사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전남 제일고(옛 목포상고)에서는 동상과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및 당직자들은 오전 10시 서울광장 분향소의 제단에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안치한 뒤 조문객들을 맞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일인데다, 분향소 설치가 늦어지면서 오전에는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른 아침부터 광장을 찾았던 일부 조문객들은 분향소가 설치안돼 일반인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광장 한쪽의 사설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도 했다. 공식 분향소 안팎에서는 광장 근처 회사원들의 점심식사 시간 이후 오후부터 조문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에는 서울광장을 비롯, 종로·강동·영등포·구로구는 등 12개 구청 청사내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도 유력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고,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이용훈 대법원장과 한승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6000여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대통령측은 이날 오전 동교동 사저 옆 김대중도서관 1층 로비에 분향소를 마련, 일반인 조문객들을 맞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전남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분향소를 밤새 지킨 김태영(36)민주당 광주시당 총무국장은 “어젯밤 분향소를 설치한 뒤 이날 오전까지 3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된 광주 서구 ‘김대중 컨벤션센터’내 ‘김대중홀’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흔적을 알 수 있는 기념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분향소는 센터측이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목포북교초등학교,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를 함께 다닌 동기동창 중 유일한 생존 인물인 정진태(83·신안보육원 이사장·목포 거주)씨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큰 별이었다. 내 친구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정씨는 “김 전 대통령은 중국 대륙에 가서 자기의 큰 꿈을 펼쳐보여야겠다고 말하곤 했다”며 “김좌진 장군이 독립운동을 위해 사나이다운 영웅적 활동을 벌였던 것과 같이 자기도 한번 중국에 가서 조선민족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뭔가 해봐야 겠다고 나에게 자주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과 기념관 건립도 추진된다. 동상 건립은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전남제일고(옛 목포상고) 총동문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기념관은 목포시가 삼학도에 세울 계획이다. ‘목포상고·전남제일고 총동문회’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의 위대한 뜻을 동문과 후배들이 이어받고 영원히 계승하기 위해 교내에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동상 건립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영남권에서도 애도와 추모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시청사 뒤편 녹음광장과 부산역광장 등 2곳에 설치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는 오전 9시부터 시민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지난 20여년간 ‘영원한 DJ맨’의 길을 걸어온 정오규(48) 전 통합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빛을 밝혔다”면서 “정치적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신선종·권로미·김백기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분향 차례를 기다리던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