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웃으로 살아 온 서울 마포구 동교동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소탈하고 서민적이었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택이 있는 동교동에서 32년째 ‘단해사’라는 이름의 세탁소를 운영하며 김 전 대통령의 옷을 손수 세탁하고 수선해 온 임경남(여·54)씨는 18일 “건강하게 몇 년 만이라도 더 사시다 돌아가셨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고했다.

임씨는 “김 전 대통령 내외의 의복을 보면 그분들이 정말 검소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유명 메이커 옷도 없고 좀처럼 새 옷을 장만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보통 몸집이 불어나면 옷을 늘여 입지만, 다시 살이 빠지면 늘인 옷을 줄여서 입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옷을 늘였다가 다시 줄여서 입는 분”이라고 전했다. 임씨는 특히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셨을 때 옷이 많아졌을 걸로 생각했었는데 취임하기 전과 달라진 게 없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도 옷을 사는 분”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얼마전 허리를 늘여 달라고 맡기신 바지를 고쳐드렸는데 아마도 그 옷을 입어보지 못하고 떠나신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교동에서 15년째 ‘전주식당’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훈순(여·60)씨도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시기 전부터 우리 식당에 찾아와 종종 식사를 하곤 했다”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주로 시켜먹은 메뉴는 백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반찬 몇 가지가 더 들어가는 이 메뉴는 4000~5000원 안팎의 소박한 서민의 음식이다.

20여년을 동교동에서 살아온 박모(70)씨는 “이웃이자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가슴 아프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말했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