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종 직전 오열하는 가족들의 말을 알아듣고 마지막 눈물을 흘리면서 세상과 작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눈물은 고난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을 스스로 회상하면서 느껴졌던 감동과 감격, 죽음이 갈라놓은 가족들과의 영원한 이별에 대한 애석함이 어우러진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카 김홍선(48)씨는 19일 오전 여객선 편으로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도착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을 애기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그는 “임종 직전에 가족들이 한 분씩 돌아가면서 말을 했는데 작은 아버지가 말을 알아듣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눈물을 닦아 드리면 또 눈물을 흘리셨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켰던 김씨는 가족회의를 거쳐 고향에 상주 자격으로 내려왔다.

그는 “(임종 직전에) 어머니(김 전 대통령 형수 지칭) 산소가 장맛비에 훼손돼 고치고 왔다는 말씀을 드리고 빨리 일어나시라고 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말이 됐다”며 울먹였다. 그는 “작은 아버지는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며 “장례식 직전까지 하의도에 머물면서 상주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13일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입원 37일 동안 위급한 순간을 여러 차례 맞으면서도 인동초처럼 버텼다. 7월16일 오전 2시쯤 산소포화도가 86% 까지 떨어지면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다시 회복됐고, 7월22일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다시 병세가 악화되면서 폐렴 합병증에 따른 장기손상으로 결국 18일 오후 1시43분 쾌유를 빌었던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눈물’을 전하면서 유명을 달리했다. 생애 마지막 순간 김 전 대통령의 손에는 이희호 여사가 손수 만들어준 벙어리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면사무소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 친척들과 주민 50여 명이 헌화· 분향한 데 이어 박우량 신안군수 등이 행정선과 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분향소와 생가를 둘러보고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