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 전 준비했던 미발표 연설문이 공개됐다. 김대중평화센터가 19일 공개한 ‘9·19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이 연설문은 당초 7월14일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을 위해 준비한 것. 그러나 강연을 하루 앞둔 7월13일 고인이 폐렴 증세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결국 유명을 달리하면서 이 연설문은 김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연설문이 됐다.

A4용지 3장 분량의 이 연설문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북한 핵문제와 북·미관계를 지켜보는 김 전 대통령의 안타까움과 답답함, 원망 등이 절절히 배어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원로 정치인은 이미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까. 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다시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북한의 핵 포기, 북·미 국교 정상화’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분주의에 고통을 겪던 세계가 오바마 대통령 시대 출현 후 대화와 협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기뻐하고 있는데, 오바마 정권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차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위협을 느낀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 자세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는 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