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완의 회고록’을 남겼다. 자신의 생애를 촘촘히 채워 온 ‘고난과 영광’의 나날들을 기록하는 일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자서전 출간을 사후(死後)로 미루자고 제안한 것에 미뤄, 미처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이야기’들도 많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05년부터 자서전 출간 작업을 해왔다. 현재 초고가 마무리됐고 감수도 상당 부분 진행됐으나 결국 자서전 완성본을 보지 못한 채 김 전 대통령은 서거했다. 지난 세월에 대한 그의 회고는 방대하다. 원고지 5000장가량에 이른다. 전반부에서 출생 이후 지난 1997년 대선까지를 다뤘고, 후반부에서 집권 이후 얘기가 나온다.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에 대한 상세한 소회를 담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 집필을 위해 60여 차례나 직접 구술했으며 이는 모두 비디오 촬영으로 녹화된 상태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서전 편찬위원회(위원장 한승헌 변호사) 위원들에게 “나의 숨결과 혼을 담아 잘 다듬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입원 이틀 전인 7월11일까지도 지난 1987년 후보단일화 파동 등에 대한 소회를 장시간 직접 구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서전 집필에 참여한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초고를 다 봤으며 전체 원고의 3분의 2가량에 대해 직접 조사까지 고쳐가며 꼼꼼히 감수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인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자서전 출간, 즉 사실을 전하는 걸 자신의 사후에 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두 가지 소개하고픈 일화가 있는데 이는 나중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