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빈소에서 김홍업(오른쪽)씨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을 국장으로 할 것인지, 국민장으로 할 것인지 서거 이틀째 오전까지도 선뜻 결정되지 못한 것은 두 형식이 갖는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뒤인 19일 오전 유족과 동교동계의 입장은 ‘국장’을 선호하지만 정부측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시 국민장으로 해온 관례에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장례의 격을 결정할 국무회의 개최시기가 오전까지 진통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나 민주당측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남북관계진전·노벨상 수상 등을 감안하면 ‘국장’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장성민 전 의원은 “국장으로 거의 결정됐다”고 전했고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대단하지만 세계적 지도자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불과 3개월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국민장을 치렀던 것과의 형평성, 또 향후 전직 대통령의 서거때마다 국장이냐 국민장이냐는 격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장이든 국민장이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가적 추앙 정도는 다르지 않지만 유족이나 지지자들은 정치적 후광의 크기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장례 형식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서거시 주무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다. 다른 형식은 똑같지만 국장은 장례일 당일 관공서 휴무이고 장의기간도 9일 이내다. 국민장은 7일 이내이고 관공서 휴무는 없지만 조기를 게양한다. 국장 비용은 전액 국고 지원, 국민장은 국고 일부 지원이다.

역대 대통령의 관례를 보면 국장은 재직 도중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고 퇴임 이후 서거한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 유족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국장(state funeral)으로 치러지며 시신이 연방의사당 중앙홀(로툰다)로 운구돼 일반 국민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의사당과 워싱턴 주요 간선도로를 거치는 운구행렬에 이어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치러진다. 200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2006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모두 국장으로 치러졌으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최형두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