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史 첫 여야 수평적 정권교체… ‘脫권위’서막 열어

이미지 크게보기 1998년 2월 15대 대통령 취임식

1997년 12월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제15대 대통령 당선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였다. 정치무대에서 ‘소외’의 상징이었던 호남 세력의 첫 승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이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은 ‘DJP 연합’이라는 ‘소수 정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소수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등 영남을 중심으로 한 기존 주류 세력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이 내세운 ‘뉴(new) DJ’가 바로 영남과 중도 보수층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지역화합’ 노력은 취임초 ‘탕평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먼저 보수 색깔이 강한 공동정권 파트너인 김종필 총재를 총리에 임명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이었던 김중권씨를 첫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민주화운동 기간에 최대 적대세력이었던 민주정의당(민정당) 출신의 이종찬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의 수장으로 앉혔고, 보수적 성향의 강인덕 통일부 장관을 중용했다.

한승수 현 국무총리도 2001년 3월 김 전 대통령의 민주국민당과의 연합에 따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이후에도 이한동 자민련 총재가 2000년 5월 총리로 임명되는 등 ‘호남+충청’ 지역연합은 2001년 9월 결렬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비주류’ 호남 세력은 2001년말 정부부처 120개 핵심요직의 29%를 차지, 영남 출신의 30.6%에 육박하면서 편중 인사 논란이 빚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작업에도 몰두했다. 가장 대표적인 부문이 과거 ‘공작정치’의 유산이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개혁. 김 전 대통령은 안기부의 국내정치 개입, 불법도청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이름도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바꿨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37년간의 원훈도 1998년 취임 직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꾸었다. 하지만 퇴임 이후인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국정원 미림팀의 불법 도청 사실이 터져나와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국정원 개혁은 당초 의욕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사회·문화 부문 개혁도 많았다. ▲주5일 근무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등도 정책적 성과로 꼽힌다. 또 김 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로 집권 5년 동안 시민단체가 급성장했고,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서 정점에 달했다. 이후 시민운동가들의 제도권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했고, 이는 결과론적으로 정권재창출의 성공요인이 됐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000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