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중 일관된 대북포용정책을 펼쳐 남북공생의 신시대를 개척한 지도자로 불린다. 역대 대통령 중 김 전 대통령만큼 일관된 철학을 갖고 흔들림 없이 대북정책을 추진한 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는 분단시대 남북관계의 기본 틀을 바꿔놓은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 취임과 더불어 ▲흡수통일 배제 ▲무력도발 불용 ▲상호주의 ▲정경분리 원칙을 표명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고, 이 같은 대북접근법에 따라 남북관계는 급진전됐다. 남북 양측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공동선언’을 탄생시켰고, 이후 장관급회담(8회), 군사회담(16회), 경제회담(20회), 적십자회담(6회) 등을 통해 상호 교류확대 및 협력방안을 구체화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됐고 2000년 개성공단 사업이 합의됐다. 남북의 끊어진 허리를 잇는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도 연결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간 인적교류 및 교역 확대를 추진했고 인도적 대북지원도 확대했다.

김 전 대통령 집권 5년은 이처럼 남북한 평화공존이 가장 적극적으로 모색됐던 시기지만, 이 같은 낙관론은 김 전 대통령 집권말기인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으로 인해 2차 북핵위기가 시작되면서 급속히 퇴색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노무현 정부때인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기류는 완전히 역전됐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에 따른 막대한 대북지원이 결국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의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햇볕정책은 설득력을 잃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관된 대북포용정책으로 남북평화공존의 틀을 닦았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햇볕정책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까지는 이끌지 못해 ‘미완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