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엔 디딤돌…‘야권통합’엔 걸림돌

이미지 크게보기 1972년 3선개헌 반대투쟁에 나선 김 전 대통령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

국제사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불렀던 말이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십수년간 망명생활을 거듭하며 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던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은 ‘민주화운동’이라는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 2000년 그는 오랜 민주화운동, 그리고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61년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김 전 대통령은 50년 가까이 한국정치사의 산 증인으로 여겨졌다. 1967년 야당인 신민당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 전 대통령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개헌 저지를 위한 장충단공원 집회에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분열돼 있던 야권을 통합시키고 반독재투쟁을 위한 민주화 세력을 결집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그는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맞붙었다. 비록 95만표 차이로 패배하긴 했지만 선거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력과 호소력있는 연설로 국민들로부터 큰 신망을 얻었다. 특히 10월 유신 선포 후 해외에서 반유신운동을 펼치던 그는 1973년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납치돼 129시간만에 서울로 끌려왔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거치며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 각인됐다.

1976년 재야 인사들과 함께 3·1절 명동성당 기념미사에서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한 김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돼 징역5년을 선고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980년 사면복권된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정치 전면에 나섰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전두환 군부정권은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의 압력을 받아 김 전 대통령을 미국으로 출국시켜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한국인권문제연구소 활동으로 국제사회에 민주화 투사로 명성을 드높이게 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물결 속에서 사면복권된 그는 13대 대통령선거에 출마, 제도권 정치에 안착한다. 평민당 총재시절이던 1990년 그는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지방자치제 실시와 내각제포기를 관철시키는 등 민주주의 정착에 매진했다. 반세기 동안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은 그는 15대 대통령으로 당선, 반독재·민주화 투쟁으로 점철된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완성한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1981년 청주교도소에서의 수감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