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인디문화는 지금 실험 단계입니다. 서구사회가 갖고 있는 인디문화의 전통이나 하위문화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김왕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가 지금까지 한번도 ‘나’라는 주체의 성찰과 즐거움을 표현해보지 못했다”며 “지금의 문화 소비자들은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즐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인디문화의 역사적 뿌리는 1960년대 서구사회의 서브컬처와 유스컬처(youth culture)예요. 시장중심적이고 획일화된 소비문화에 대항해서 다양한 형태의 전위예술이나 실험예술을 추구한 것이죠. 1970년대 이후 이런 조류가 다시 소비문화로 편입됐지만 그럼에도 서구사회에는 꾸준히 인디적 가치가 존재해왔어요. 그건 시민사회가 성립되고 민주주의 가치가 정립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의 인디 전통에 대해 김 교수는 “1970년대 서구사회의 인디문화가 일부 유입되기는 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위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학생운동이나 민주화 세력이 있었지만 이들도 권위적이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개인이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표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 교수가 인디문화의 시작을 1990년대로 정의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는 ‘홍대 앞’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인디문화가 지나치게 빨리 소비문화에 편입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최근 다양성을 추구하고 주체성을 발현하는 문화 소비 행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자기 주체에 대한 성찰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일종의 경박스러움이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확대시키면서 문화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이런 인디 정신이 자기 성찰과 결합해야 합니다.”

그는 초창기 한국 인디문화의 창의성과 상징성이 오히려 최근 들어 격리되고 소외되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인디문화가 비판했던 대중소비사회가 교묘하게 재등장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서 파는 물건, 나만의 문화 같은 게 자유롭게 거리를 지배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은 소수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해서 모두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비판이 이뤄질 때 긍정적인 의미의 인디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