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0월 ‘제2회 역사NGO세계대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평화화분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평화의 희망을 담아 그려 붙인 모자이크 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NGO역사포럼 제공

세계적으로 지역간 블록화와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우경화 및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일병합 100년(2010년)과 일본 문부과학성의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른 역사교과서 채택(2011년) 등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일정표만 봐도 당장 내년부터 한·일, 나아가 동아시아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진정한 화해를 통한 평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갈등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공동으로 오는 19∼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동아시아가 역사갈등을 넘어 공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찾아본다.

“일반 시민(성인)들의 역사교육과 역사화해의 작업에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시민사회의 역할이며 양심적이고, 의식 있는 학계·종교계·언론계·문화계 인사들이 조직하는 ‘역사NGO(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이다. 적대관계나 갈등관계의 이웃나라 사이에 역사적 화해를 도모하는 NGO 단체들은 한쪽 국가의 사람들로만 이뤄졌을 때 설득력이나 영향력의 면에서 한계가 있다. 독일과 폴란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핀란드 사이의 화해를 위해 양국의 시민사회 인사들이 연합해 공동위원회를 만든 것처럼 한·일간, 한·중간, 중·일간에도 역사NGO들은 초국가적인 공동의 역사NGO들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오는 2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진행될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이삼열 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미리 배포한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동아시아 역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역사NGO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가 국가권력에 의해 장악 또는 영향을 받고 있으며 기업도 국가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상황에서 독립된 역사NGO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외 역사NG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3회 역사NGO세계대회’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서울 종로구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등 인사동 일대에서 열린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세계NGO역사포럼(대표 박원철)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역사교육’을 주제로 한·중·일 등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NGO 관계자와 역사연구자, 역사교사 등 200여명이 발표 및 토론자로 참가해 동아시아 역사화해와 평화문화 정착을 위한 역사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용덕 이사장과 박원철 대표와 함께 마크 셀던 미국 코넬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모네 레시히 독일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장,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대학원 객원교수, 천춘룽(陳春龍) 중국 민간대일배상연합회 부회장 등이 공동대회장을 맡은 이번 대회는 지난 1, 2회 대회에 비해 참여 단체는 다소 줄어든 반면, 주제를 역사교육과 평화교육에 집중해 심화된 논의를 펼칠 계획이다.

‘평화문화 정착을 위한 역사교육’을 주제로 열리는 개막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레시히 소장은 ‘유럽의 평화와 상호 이해를 위한 역사교육’에서 “역사NGO 활동이 국가와 정치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평화연구소와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 최근 발간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교과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레시히 소장에 따르면, 의사소통과 서로를 인정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 이 교과서는 똑같은 역사적 사건을 놓고 한쪽과 반대쪽에 서로 다른 해석이 있으며 두 개의 담화(해석) 사이에 학생과 교사들이 자신만의 해석과 주장을 채워넣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국내외 역사NG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NGO세계대회’가 세 번째나 열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자 동아시아의 특수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가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