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거운 어깨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의 방북이 10일 오후로 예정된 가운데 이날 오전 조건식(가운데) 현대아산 사장이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먼저 방북하고 있다. 파주 = 곽성호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전격 방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개성공단 억류 현대아산직원 유씨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130여일간 끌어온 유씨 문제가 해결수순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유씨 억류사건 발발 이후 문제해결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회동까지 약속하며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김 위원장과의 평양회동 때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과 납북 일본인문제 해결을 권고한 이후 가시화한 태도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방북 및 김 위원장 면담은 ‘클린턴 효과’가 한반도에 가시화되는 첫 징후로 볼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회동가능성에 대해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정일-현정은 평양회동 때 유씨 문제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남북이 정상적인 관계로 가는 첫 단추를 꿰는 시작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는 기대감까지 피력했다. 북한이 유씨 문제를 해결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남측에서도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을 늘리고 금강산 재개를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현 회장 방북 때 북측이 억류 중인 유씨 및 연안호 선원 4명의 문제 해결 등에 대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8·15 광복절 경축사의 대북관련 제의수위를 조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유모씨를 석방할 경우 정부로서는 지난 1년간 묶였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남북 당국간 대화재개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 후 노동신문의 논조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노동신문은 8일자 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과 남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책임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간다면 조선반도에서 얼마든지 군사적 대결과 전쟁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의 이같은 논조는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합의를 존중하고 이행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시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현대아산 측은 9일 밤늦게 방북신청서를 통일부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통일부 측은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현 회장의 방북과 관련해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으며 방북승인도 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다 뒤늦게 방북승인을 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