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하안송기자

‘한강의 기적’은 이제까지 전쟁의 잿더미에서 경제 부흥을 이룩한 한국인들의 저력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돼 왔다. 국제사회에서 한강의 이미지는 곧 ‘경제’였다. 이제 이 말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 ‘문화의 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디스커버리는 최근 ‘힙(Hip)코리아’란 프로그램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서울,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저력에 주목했다. ‘힙(hip)하다’란 영어 표현은 ‘멋지다’ ‘세련됐다’ ‘현대적이다’ 등을 모두 합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제 한국 문화는 세계 속에서 ‘힙한’ 문화로 각인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물줄기 한강을 품고 있는 서울 곳곳에서는 지금 더욱 ‘힙한’ 한국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강 예술섬, 어린이대공원 야외음악당, 광화문 광장,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DDP)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프로젝트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이 고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 속에서 통용되는 문화를 창조해 내자는 취지로 진행돼 왔다.

한강 예술섬은 그동안 테니스장으로만 활용되던 노들섬(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오는 2014년까지 4500여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대형 콘서트 홀(1954석)과 오페라극장(1507석)을 비롯해 다목적 공연장(302석), 미술관, 야외음악공원, 조각공원, 생태노을공원 등을 짓는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교향악단의 둥지로서 향후 아시아 교향악의 허브로 기대를 모은다.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를 규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넘어서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최근 첫 회의를 연 민관 합동 자문단 ‘한강 예술섬 가꾸기 위원회’(위원장 최불암)는 “서울의 각 곳에서 뱃길로 예술섬에 닿을 수 있도록 유람선 선착장을 늘리는 한편 한강에 인접한 지역의 관광 스토리를 발굴, 개발해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높이자”고 권유했다.

어린이대공원(서울 광진구 능동)에 지난 5월 개장한 야외음악당 ‘숲속의 무대’는 독일의 발트뷔네 음악당을 모델로 하고 있다. 시민들이 야외에서 자연과 더불어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8000여석의 야외 관람석을 갖추고, 건물 내에 실내 공연장처럼 무대, 분장실, 귀빈실, 음향실, 조명실, 연습실, 샤워실, 화장실 등을 구비했다. 서울시 문화기반팀은 “야외 무대와 관람석만 있는 발트뷔네보다 시설이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올가을 대관 일정이 이미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지난 1일 그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 광장은 과거 육조거리의 회복 등 역사 복원의 의미와 함께 시민 소통 공간으로서의 뜻도 담고 있다. 광화문∼청계천∼서울광장을 잇는 보행 네트워트를 형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수도의 한복판인 광장에서 더불어 어울리는 모습을 추구한 것. 광화문 광장과 지하철 광화문 역을 연결하는 썬큰광장은 각종 문화 전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DDP는 낙후한 동대문 일대 지역을 산업, 역사, 문화, 환경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일으켜 세우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노후화한 야구장, 축구장 시설의 기능을 대체하는 한편 의류·패션산업의 중심지인 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시 관계자는 “DDP에서 문화 공연 등을 다양하게 펼침으로써 한강 예술섬 등과 함께 서울의 문화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