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지방소득세·소비세 도입 계획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단기적 대응책’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방소비제 도입 이후 지방에 지원하는 지방교육교부금의 부익부 빈익빈 우려 때문에 여당 일각에서 제동을 걸고 야당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조사처마저 부정적 평가를 내려 향후 국회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문화일보 8월3일자 6면 참조)

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이윤석 민주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내놓은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도입에 관한 검토’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지방소득세·소비세를 도입할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단순히 과세권만 이전하는 건 단기적 대응책밖에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방소득세는 장기적으로 교부세가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지방세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간 재정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세율 결정의 자율권 부여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은 풍부한 세원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입법조사처가 지방소비세 도입이후 시·도의 재정변화를 추정한 결과 서울 지역은 9667억원, 경기도는 7957억원의 세수가 증가한 반면 강원도는 199억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전남 지역은 오히려 120억원이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지역간 경제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다시 지방소득세수의 격차가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방소비세에 대해서도 “지방교부세의 재원이 줄어들어 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는 수도권에 비해 제도도입의 이익이 적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지방소득세를 도입할 경우 지방세수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강화시키는 장점이 있고 지방소비세가 도입되면 지방세수가 증가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지방교부세 축소로 인해 지방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기능에 상응하는 재원확보를 위해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의 감세정책이 본격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2010년 이후엔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 전북, 강원 같은 지자체의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