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최근 눈을 깜빡이는 버릇이 생겼어요. 혹시 틱장애나 투렛증후군이 아닐까 걱정이에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박모(32)씨는 4세된 아이의 눈 깜빡이는 버릇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아이와 함께 안과를 찾았다. 그러나 검진을 한 결과 이 아이의 경우 단순한 ‘눈썹 찌름’이 원인으로 진단됐다. 이처럼 최근 ‘틱장애(Tic disorder)’ 혹은 ‘투렛증후군(Tourette’s syndrome)’이 널리 알려지면서 아이들의 눈 깜빡임을 심각한 장애로 의심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틱장애가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은 2~11세 사이의 아이들에서 매우 흔한 질병이다보니 부모의 이 같은 걱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눈 깜빡임, 틱장애보다 ‘안과 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틱장애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눈, 목, 어깨,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틱장애 가운데 눈을 깜빡이는 증상이 가장 흔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수철(소아안과) 새빛안과병원 부원장은 “눈 깜빡임과 관련해 틱장애를 의심 받고 있는 어린 환자 대부분이 단순 안과질환으로 진단되고 있어 틱장애로 규정 짓기 전에 안과 질환 유무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6월 새빛안과병원을 찾은 만 10세 미만의 틱장애 의심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과 치료 후 약 90% 이상의 눈 깜빡임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틱장애로 착각해 병원을 찾은 부모가 62%(88명)로 가장 많았고, ‘눈썹 찌름’(46명, 32.4%), ‘사시’(8명, 5.6%)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틱장애로 오해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은 주로 ‘알레르기성 결막염’, ‘눈썹 찌름’, ‘사시’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자녀가 갑자기 눈을 깜빡이는 동시에 눈 비빔, 충혈, 눈곱 등을 동반할 경우 우선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눈을 자주 깜빡이면서 동시에 눈부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눈썹 찌름’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사시 환자에서 초점이 맞지 않아 눈을 깜빡이는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안과 질환별 눈 깜빡임의 원인과 치료

안과 질환별 소아 눈 깜빡임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이 다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의한 눈 깜빡임의 경우 항히스타민제나 비만세포 안정제 등의 점안치료를 충분한 기간 동안 시행해 결막염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또 건조하거나 먼지가 많은 환경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집안 청소를 자주 하고 가습기를 틀어놓는 등 환경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눈썹 찌름’에 의한 눈 깜빡임은 성인과 달리 성장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굳이 정기적으로 눈썹을 뽑아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증도 이상의 심한 눈썹 찌름은 만성적인 각막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눈썹을 뽑아주거나 심한 경우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사시’에 의한 눈 깜빡임이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빈도수는 낮지만 반드시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아 사시에 의한 눈 깜빡임이 의심된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히 진단을 받은 뒤 경과를 정기적으로 관찰, 사시각의 변동량을 확인하고 심하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도움말=박수철 새빛안과병원 소아안과 진료부원장＞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