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이라도 하셔야 여당의 밀어붙이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민주당 당직자)

“난 다른 건 다 해도 단식은 절대 안해.”(정세균 당 대표)

지난 연말 입법전쟁부터 몇달 동안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나왔던 대화 내용이다. 미디어관련법 등 민주당이 ‘MB악법’이라 지칭한 쟁점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할 때 결사 저지로 나섰던 민주당으로선 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 유효한 전술이었지만 정 대표는 단식만은 꺼려왔었다. 이는 어릴 때 배고프게 자라 절대 굶진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데다 평소 정치 소신으로 단식이 국민들에게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쇼로 비치는 것을 꺼려서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그러던 정 대표가 단식 농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 대표는 19일 “미디어관련법을 막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말그대로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번엔 어느 누구도 제안하지 않았지만 정 대표가 먼저 단식 농성을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측근은 20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19일 점심으로 죽을 드시겠다고 해서 이유를 묻자 그제야 단식을 해야겠다고 말하시더라”며 “단식을 절대 안하겠다던 분이 스스로 단식농성을 결심했다는 것 자체가 정 대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대표의 단식농성 돌입으로 배수진을 친 민주당은 남은 임시국회 기간 동안 강하게 한나라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대해 “국민에게 진실을 호도하고 한나라당의 내부 봉합을 위한 방편으로 협상하려고 한다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지금까지의 잘못된 태도를 사과하고 진정성을 갖춘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도 국민의 근심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협상테이블엔 앉지만 “미디어관련법은 타협할 내용이 아니다”는 원칙은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협상 결렬 시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수순밟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의원직 총사퇴 카드 등 직권상정 막기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