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은 당내 소통은 물론이고 계파내 소통 문제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관련법 처리에 동참’여부를 둘러싼 당내 계파간 ‘걸러지지 않은’ 오해·반격도 문제였지만 계파내의 소통도 어지러웠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박 전 대표도 미디어법 처리동참’할 것이라고 밝히자 박 전 대표측의 이정현 의원이 “(미디어관련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박 전 대표는)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실상 당내 친이(친이명박)측을 향한 결별 선언이라고 할 만큼 폭발력이 강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한 듯 친박(친박근혜)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이어 “직권상정 반대뜻이 아니라 여야 합의와 국민 납득을 위해 더 노력하자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기자들에게 “수정합의 노력을 하자는 취지가 잘못 전달되었다”고 설명했다.

◆ 친이 친박간 소통 부족 = 안 원내대표의 ‘박 전 대표 참여’발언은 의사소통 결핍의 결과였다. 친박측과 직접적 소통이 없었던 안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도 (직권상정 이후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내대표로서 당내 단합을 야당에 과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친박의 허 최고위원이 박희태 대표에게 ‘박 전 대표도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전언을 그대로 믿은 결과였다. 박 전 대표측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예민했다. 안 원내대표의 직권상정 발언이 ‘최후통첩성’ 대야 압박용이었고 직권상정은 결국 김형오 국회의장이 결정할 사안이었음을 감안하면 “직권상정 하면 반대표 던지겠다”는 표현 대신 ‘협상이 더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이날 일은 당 지도부 역시 당내에서조차 충분한 협상안 논의, 국민설득 방안 협의가 부족했음을 보여주었다. 안 대표는 “포괄적 표현으로 당내에서 소통 부족이 있었던 거 같은데 모두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 친박내부의 소통 부족 = 박 전 대표의 ‘반대표결’입장을 처음 전했던 이정현 의원은 이날 밤 “직권상정을 반대하는 것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직권상정을 반대한다는 것이고 합의처리를 위한 노력 없이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이라며 “법안처리 전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친박측의 진화로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 반대발언 사태를 ‘해프닝’으로 불렀지만 내막은 간단치 않다. 친박의 한 핵심인사는 “직권상정까지 해가며 법을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며 “야당대표가 단식까지 하는 마당에…”라고 사실상 미디어관련법 처리강행에 반대하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최형두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