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미디어관련법 처리가 꼬여가는 국회 상황에 답답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세균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이야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긋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집권여당 내 야당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보다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전날 ‘여야간 합의 노력없는 직권상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겉으론 애써 무시했다.

이 대통령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예민한 정치현안에 한발짝 비껴서 있는 가운데 이들 수석 역시 말을 아꼈다.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노 코멘트”, “당에서 하는 일에 청와대가 이렇다, 저렇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진상을 알아보니까 박 전 대표가 미디어관련법에 반대하겠다는 뜻이 아니었고, 여야간 합의노력을 더 많이 주문하는 발언이 와전됐더라”며 ‘오해’에서 비롯된 일로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핵심 참모는 “내부에서는 지금 김 없이 뜨겁다. 김도 나지 않고 뜨거운 게 얼마나 뜨거운 줄 아는가”라는 말로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토로했다. 이 참모는 “박 전 대표가 1년여 동안의 논의과정에서는 묵묵히 있다가 레슬링 선수처럼 왜 막판에 꼭 뒤집기를 시도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 나라에 대통령이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건지 나 참….”이라며 중요 국정현안 고비때마다 박 전 대표가 ‘비토권’을 행사한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산업 선진화라는 시대적 흐름은 생각하지 않고, 현 정권의 언론장악으로만 몰고 가니 답답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향후 직권상정을 통해 표결이 진행되더라도 부결 사태가 벌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법안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정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미디어관련법은 여야가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키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라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