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테러’ 과정에서 공격자로 동원된 좀비PC의 저장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디도스 사이버테러가 국가 주요 기관이나 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불특정다수 PC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또 다른 목적하에 감행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버테러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만대를 넘는 만큼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14일 “이번 사이버테러 과정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 27대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들 PC 내에 저장된 파일목록 일부가 전 세계 59개국, 416대의 시스템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좀비PC에서 실행되는 악성코드가 스파이웨어 기능을 갖고 있어, 악성코드에 감염될 경우 PC에 저장된 파일 목록이 외부로 빠져나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파일 목록만 유출된 것인지, 파일 내용까지 유출됐는지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좀비PC에 저장된 정보가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것만으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특정 사이트를 불능 상태에 빠뜨리는 데 주로 사용됐던 디도스 사이버테러가 불특정다수의 개인정보, 금융정보 등을 빼내가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번에 확인된 416대의 시스템 중 해외 58개국에서 운영되는 401대 시스템에 대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관련 사실을 통보, 즉각 해외 접속을 차단해줄 것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윤근 이스트소프트 긴급대응팀 과장은 “아직까지 우리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경찰 발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과장은 “이번 사이버테러에 사용된 악성코드의 목적이 좀비PC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해커에게 보내려는 데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권·채현식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