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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무(無)가 화를 불렀다.’

지난 7일 오후 시작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테러로 주요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전체의 안일한 대응이 이번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예산과 법이 미비한 가운데 일이 터진 이후에도 제대로된 컨트롤타워와 선제적인 대책회의 없이 우왕좌왕했으며 네티즌의 낮은 보안의식도 화를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가 전체의 정보망을 관장하는 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로 각각 쪼개져 이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비어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디도스 감염 PC의 ‘자폭’(하드디스크 포맷) 명령코드가 이날 0시에 작동된다는 대국민 경고를 작동시간 15분 전에야 겨우 공표한 것이 이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각 부처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까 결국 공표시점이 늦어졌다”고 인정했다. 그 여파로 국민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제대로된 대책회의도 미비했다. 7일 저녁 1차 디도스 공격이 있은 후 8일 사이버안전 실무회의와 9일 차관회의가 열렸지만 참석자의 ‘레벨’이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결정하기에 크게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9일 대통령의 강력대응 사인이 있은 후에야 10일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뒤늦게 사이버 안전 안건을 올렸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안 1세대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체 예산의 10%를 보안에 투자하는 반면, 우리는 단지 1%에 불과하다”고 안타까운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게다가 사이버 테러 대응을 위한 관련법인 ‘사이버위기관리법’ 개정은 9개월째 표류 상태에 있다. 네티즌의 낮은 보안의식도 숙제다. 이번 사태에서 전체 감염 PC 가운데 자발적으로 백신치료를 받은 경우는 극히 적었다는 것이 보안업계의 얘기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국가나 기업의 톱레벨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뿌리깊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김만용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