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부당한 조치에 맞선 저항이라도 그 폭력이 지나치면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은 형법 정당방위원론의 재확인일 따름이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상당한 이유’를 명시하면서 그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해 형을 감경 혹은 면제 가능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대법원도 ‘상당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이 당연한 정당방위 법리가 거의 전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간과·무시돼온 것이 집회와 시위의 현장이고 그 비극이다.

대법원 제1부는 2007년 11월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하려다 원천봉쇄하는 경찰을 향해 투석하고 파이프를 휘두른 피고인 2인의 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는 사실을 21일 공개했다. 대법원도 원심처럼 경찰의 제지가 적법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의 폭행에 대해서는 ‘소극적 방어를 넘어선 공격 의사’를 인정하고 “수단과 방법이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고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긴급피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유죄 심판했다.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에 비춰 우리는 법률가단체 일각조차 법을 그릇 해석한 의도적 오류를 되돌아본다. 지난해 촛불시위 현장에서 난동자를 추적하는 경찰관이 시위대로부터 ‘인민재판’을 당하고 바로 그 현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피해 경찰관을 ‘시민이 체포한 납치 현행범’이라고 했었다. 경찰의 부적법 행위에 대해서도 정도 이상의 폭행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심판과 적법행위 경찰관조차 현행범으로 몬 그 변호사단체의 한심한 법의식이 명·암(明暗)의 대조를 이룬다.

복면 착용을 금한다는 취지의 집시법 개정안도 그렇다. 앞서 2006년 10월 같은 취지 법안을 먼저 발의한 기억조차 스스로 애써 지우고 이제 와서 ‘MB악법’운운으로 표변한 민주당은 프랑스의 같은 취지 개정입법이 엄정 시행중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