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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플레이어는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체육계의 속설이 있다. 실제로 스타 출신은 흔히 유아독존식 스타의식에 젖어 있어 팀이라는 조직을 통솔하는데 적합하지 않고, 화려했던 현역 시절의 향수(?) 탓에 냉정함을 종종 잃어버려 지도자로서 성공하는 예가 많지 않다.

그러나 ‘허 듀오’는 예외다. 허재(44·KCC)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데뷔무대인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무패행진으로 우승했다.

허정무(54) 감독은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역시 무패로 본선티켓을 팬들에게 바쳤다.

허 듀오는 슈퍼스타였다. 허정무 감독은 차범근 감독에 이어 두번째로 1980년 축구 유럽리그(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진출했고, 허재 감독은 ‘농구대통령’이란 칭호를 받으며 10년 넘게 아시아 농구코트를 쥐락펴락했다.

둘이 사이좋게 지도자로서 성공시대를 구가하는 첫번째 비결은 ‘믿음’이다.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경우, 선수단 탓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탓했고, 선수단에겐 더 자신있게 하라는 격려를 잊지 않았다. 믿음은 곧 자율을 뜻한다.

지난 11일 동아시아농구선수권 중국과의 경기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인 17득점을 몰아넣은 김민수는 “경기전에 감독님이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있게 슛을 던지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70―62로 이겨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결승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꺾었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하고, 박지성에게 선수단의 통제(?)를 맡겼는데 박지성은 완벽하게 선수단의 자율을 유도했다. 축구대표팀이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한 이유다. 허 감독은 또 수시로 “선수단 몸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며 자율을 강조했다.

현역시절 개인기가 누구보다도 출중했던 허 듀오는 전술적으로는 조직력을 강조한다. 슈퍼스타라고 하더라도 팀의 조화를 해치면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리고, 열심히 뛴다면 작은 실수()쯤은 눈감아 준다. 농구대표팀과 축구대표팀이 기복 없이 승승장구를 이어온 건 바로 ‘짜임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믿음과 자율, 그리고 조직력을 앞세운 허정무, 허재 감독의 성공시대는 이제 그 서막이 올랐을 뿐이다.

이준호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