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저출산·고령화는 질좋은 노동력 부족현상을 초래해 한국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뜨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령층.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저출산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우선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양적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더불어 노동력 고령화가 심화돼 노동생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가장 크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619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예정이며, 노동력의 주축인 30, 40대는 이미 2006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 현상은 2015년에 63만명, 2020년에 15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동력 고령화 또한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38.7세에서 2020년 41.8세로 향후 10년 사이 3세 이상 고령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대 1.8%에서 2040년대 1.1%로 감소할 전망이다.

한마디로 저출산·고령화는 총인구 감소로 연결돼 내수시장을 위축시키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질 좋은 노동력의 부족을 야기, 저성장을 불러온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주택 수요 감소 등 전반적인 소비를 둔화시킨다.

총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당연히 내수시장의 위축을 가져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규모는 40대 가구의 65%, 50대 가구의 70% 수준이다. 그간 각종 시장에서 수요를 증폭시켰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 2015년 이후엔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예를 들어 주택시장의 경우 30대 들어 주택 마련이 늘어나면서 50대에 최대로 주택을 보유, 60대 이후엔 오히려 주택 보유율이 줄어든다. 대략 35~54세를 주택 매입세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령층의 인구는 201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35~54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것이 곧 일본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가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으로 투자재원이 부족해진다. 이에 따라 자본재산업이 쇠퇴하고 소비재산업과 서비스산업 위주로 경제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화는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곧 성장 둔화로 연결되며 삶의 질 또한 저하된다. 이에 따라 출산율은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게 되며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저축 감소와 사회보장에 대한 공공지출 증가가 금융시장의 자금 감소를 유발, 자본스톡 증가율 또한 급격하게 둔화된다. 합계출산율 1.2명으로 가정할 경우 자본스톡 증가율은 2000년대 5.14%에서 2040년대 0.80%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재정분야에서도 저출산·고령화의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당연히 세수 감소와 사회보장비 증대로 이어져 국가의 재정수지를 악화시킨다. 또한 양육비와 취업여성 지원 등 저출산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반면 근로인구의 감소로 인해 세입기반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이는 곧 조세수입 및 사회보험료 등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노인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00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7.9명당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6명이,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또한 공적연금의 지출이 본격화하고 건강보험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사회보장 재정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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